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키 큰 나무들이 가득한 산 아래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윗마을에도 아랫마을에도 김 영감이 살고 있었는데요.
신기하게 이 두 사람은 모두 왼쪽 목에 커다란 혹이 붙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다른 것도 있는데,
아랫마을 김 영감은 욕심쟁이에 성격도 괴팍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구요.
윗마을 김 영감은 성격이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했답니다.
어느 날 윗마을 김 영감이 나무를 하기 위해 산에 올라갔는데요.
걸으면 걸을수록 더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안 되겠다. 날이 밝을 때까지 좀 기다려야겠어.”
마침, 근처에 허름한 움막이 보여서 들어갔습니다.
마당엔 평상도 있었습니다.
평상에 앉아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산 속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던 거죠.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 눈을 뜬 김 영감은 기절할 듯이 놀랐습니다.
평상 주변으로 머리에 불 달린 도깨비들이 주욱~ 모여있는 거 있죠.
도깨비들은 윗마을 김 영감에게 노래를 더 불러달라고 졸랐습니다.
“김 영감님은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하십니까? 혹시 그 혹이 노래 잘하는 비결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 혹이 제 노래의 비결입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김 영감 혹에다 갖다 댔는데요.
하나도 아프지 않게 감쪽 같이 혹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날이 밝자 김 영감은 지게에 나무 대신 금은 보화를 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윗마을 김 영감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아랫마을 김 영감은
도깨비를 만났다는 움막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노래를 부르면서 주변을 계속 곁눈질 했는데요.
세상에, 정말로 도깨비들이 모여드는 겁니다.
신이 난 아랫마을 김 영감은 도깨비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내 노래의 비결이 궁금하죠? 바로 이 혹입니다.
이 혹이 탐난다면 돈을 내고, 떼 가십시오.”
그 말을 들은 도깨비는 아랫마을 김 영감의 멱살을 움켜 잡았습니다.
윗마을 김 영감에게 뗀 혹을 붙이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잘 안 됐거든요.
속았다 싶어서 화가 잔뜩 나 있던 도깨비는 자루에서 혹을 꺼냈습니다.
“이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그럼 이 혹 도로 가져가거라.”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인 아랫마을 김 영감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창피해서 낮에는 바깥에도 못 나갔다네요.
왜,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속담이 있죠.
‘이익을 보려다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뜻인데요.
바로 아랫마을 김 영감 같은 경우를 가리키는 애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