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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만세전’ 제3편-염상섭

2023-03-14

ⓒ Getty Images Bank

시체를 청주까지 끌고 내려간다는 데에는 절대로 반대하였다.

오일장이니 어쩌니 떠벌리는 것도 극력 반대를 하여 

3일만에 공동묘지에 파묻게 하였다.

처가 편에서 온 사람들은 실쭉해하기도 하고, 

내가 죽은 것을 시원히나 아는 줄 알고 야속해하는 눈치였으나

나는 내 고집대로 하였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아침에도 한 잔, 낮에도 한 잔, 저녁에도 한 잔,

있는 놈은 있어 한 잔, 없는 놈은 없어 한 잔이다.

술잔밖에 다른 방도와 수단이 없다.

그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목표도 없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

무덤으로 끌려간다고나 할까?

그러나 공동묘지로는 끌려가지 않겠다고 요새는 발버둥질을 치는 모양이다.

하여간 지금의 조선 사람에게는 술잔을 뺏는다면 

아마 그것은 그들에게 자살의 길을 교사하는 것이다.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잊어버려라-

이것만이 그들의 인생관인지 모르겠다.       



# 인터뷰. 전소영

결말에서 주인공은 도쿄로 다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도쿄를 떠나올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죠. 식민지 현실에 무지몽매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삶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요. 도쿄로 돌아간 이인화가 어떤 실천을 했는지까지는 작품에 나와 있지 않지만 작가 염상섭의 행보를 보면 이인화의 변모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염상섭은 3.1 운동이 일어난 직후에 오사카에서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또 배포 했어요. 비단 이인화 뿐만 아니라 1910년대 무단 통치기를 겪은 많은 조선인들은 주인공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우리의 삶이 왜 비참한지 똑바로 바라보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 그런 마음과 작은 의지가 모이고 또 모여서 1919년 3월 1일 조선의 전국에서 만세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 내 주위는 마치 공동묘지 같습니다.

생활력을 잃은 백의의 백성과

대낮에 횡행하는 온갖 도깨비 같은 존재가 뒤덮은 

이 무덤 속에 들어앉은 나로서

어찌 ‘꽃의 서울’에 호흡하고 춤추기를 바라겠습니까.

약한 나에게 찾아올 것은 질식밖에 없을 것이외다.

그것은 장미 꽃송이 속에 파묻혀 향기에 도취한 행복한 질식이 아니라 

무덤 속에서 화석이 되어 가는 구더기의 몸부림치는 질식입니다.

우선 이 질식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소학교 선생님이 환도를 차고 교단에 오르는 나라가 있는 것을 보셨습니까?

나는 그런 나라의 백성이외다.


이제 유럽은 그 참혹한 살육의 피비린내가 걷히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었다 하지 않습니까?

부질없는 총칼을 거두고 제법 인류의 신생을 생각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 문학의 도는 자유롭고 진실된 생활을 찾아가고,

그것을 세우는 것이 본령인가 합니다.




작가 염상섭 (서울특별시, 1897.8.30.~1963.3.14.)

    - 등단 : 1921년 단편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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