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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통영-반수연

2023-02-14

ⓒ Getty Images Bank

전화벨이 울릴 때 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두어 시간 전에 나는 소주 두 병을 모두 비웠고,

그 때까지 술이 깨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다가 퍼뜩 어머니가 떠올랐다.


“택아!” 

“엄마?”

“누야다. 택아! 누야다. 엄마가 좀 전에 돌아가싰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날이 밝으면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그 사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며칠 남지 않은 것 같다는 기별을 받고도 머뭇거리다,

결국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일이 안 풀릴 때는 고달파서 와서 드러눕고 싶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어서 어깨가 들썩 거렸다.

하지만 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동굴 속에서 나를 키운 어머니가 있어서도,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 아버지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목격하고 무수히 해석하고 기억하며,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 이 곳에서 나는 나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의 머리 속에서 이미 규정 지어진 내 팔자를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인터뷰. 전소영

작품의 결말에 이르면 현택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엉켜있었던 이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택은 자신이 계속 숨기고자 했던 손을 누군가가 이렇게 쓰다듬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한평생 그 현택이 꼭 쥐어온 주먹이 언젠가는 펴질 수도 있겠다. 라는 예감을 우리로 하여금 하게 합니다. 이것은 고향이라는 장소가 지닌 힘을 강조하는 그런 결말처럼 보여요.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은 물론이고 고향이 싫어서 떠나간 사람도 살아가면 한 번쯤은 떠올리는 곳이 고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름 아닌 나의 뿌리가 자란 곳이 고향이기 때문이죠. 



 “니 이민 가고, 저거 엄마 돌아가시고 찾아왔더라.

 어무이처럼 모시고 싶다꼬.

 현택이를 이 땅에 못 살게 만든 건 지 탓도 있을 끼라꼬.

 지를 현택이처럼 생각하라꼬.

 처음에는 펄펄 뛰던 엄마도 나중에는 제법 잘 지냈다.

 어무이, 어무이 하면서, 명절 때나 어버이날이나 계절 바뀔 때마다

 생선이고 뭐고 표 안 나게 많이 챙깄다...”


누나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자장가같이 달콤했다.


“택아, 주먹 좀 펴고 자라.

 자면서도 주먹을 쥐고 자노” 


누군가가 손을 만지작거린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어머니인지 누나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작가 반수연 (경상남도 통영, 1966 ~)

    - 등단 : 2005년 단편소설 [메모리얼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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